꿈에 나는 벌레였다
날개 한쪽이 접히고 뒤틀린

축 처진 배춧잎 같은 날개를 보며
어떤 이는 비웃었고 다른 이는 동정했지만
대부분 고개 돌려 외면할 뿐이었다

하늘을 찌르는 높은 나무가 있었다
꼭대기에 올라가면 무엇이 보일까
높은 곳에서라면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

날갯짓을 시작했지만
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
말도 못하게 고통스러웠으며
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해졌다

나락으로 떨어지면서
날개 없이도 할 수 있었던 때를
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을
기억해냈다 그리고
가느다란 여섯 개의 다리로
나무를 움켜쥐고 한 발짝씩 기어오르기 시작했다

꿈에 나는
날개 없이도 높은 곳을 향할 수 있는 나비였다

내 모습을 보며 어떤 이는 손을 내밀었고
다른 이는 손을 내저었지만
대부분 나를 향해 조용히
손을 흔들어 줄 뿐이었다

운문 금상 작품

아무리 눈부시게 맑은 날도
내 맘 시리면
그 날은 비 온 날

험상궂은 비가 쏟아져도
내 맘 설레면
맘껏 맑은 날

예보할 수 없는
내 맘 날씨

오직 당신으로 인해
내 안의 하늘
비와 맑음의 나날들

운문 동상 작품